노인(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

노인의 다섯 가지 형벌(五刑) 

1. 목형(目刑) - 눈 목(目)
-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는 것

2. 치형(齒刑) - 이 칠(齒)
-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는 것

3. 각형(脚刑) - 다리 각(脚)
-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는 것

4. 이형(耳刑) - 귀 이(耳)
- 들어도 정확하지 않는 것

5. 궁형(宮刑) - 집 궁(宮)
여색(女色)을 보고도 아무 일렁임이 없는 것

눈은 흐려져 책을 못 읽고
이는 빠져 음식을 잇몸으로 오물오물
걸을 힘이 없어 집에만 박혀 있고
보청기 도움 없이는 자꾸 딴소리만 하고 
미모의 여인을 보고도 아무런 일렁임도 없다는데....

노인의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

1. 정신 수양(精神 修養)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2. 위 편안(胃 便安) 위장 위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3.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4.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5. 여색으로 반드시 망신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 ‘오락’은 승지(承旨) 여선덕(呂善德)이 ‘오형’에 관해 하는 말을 듣고 심노숭이 반격에 나선 말입니다. 

이른바 노인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죠.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요! 
화를 복으로 돌리는 심노숭의 말은 일품입니다.
생각을 한번 돌리자 그 많던 내 몸의 불행과 좌절이 더없는 행운과 기쁨으로 변합니다. 

● 눈을 감아 정신을 기르고, 
● 가벼운 식사로 위장을 편안케 하죠. 
● 힘을 아껴 고요히 앉아 정신을 수양하며, 
● 귀에 허튼소리를 들이지 않으니 마음이 요란하지 않습니다. 
● 정욕을 거두어 장수의 기틀을 마련하니 몸이 쾌락(快樂) 합니다. 

그러면 다가오는 ‘오형’에도 

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은 기어이 보려하지 말 것이요. 
② 귀에 들리지 않는 일은 기어이 들으려하지 말 것이요. 
③ 보이고 들리는 일이라도 나에게 관계없는 일은 간섭하지 말 것이요. 
④ 의식 용도를 자녀에게 맡긴 후 대우의 후박을 마음에 두지 말 것이요. 
⑤ 소싯적 일을 생각하여 스스로 한탄하는 생각을 두지 말 것이요. 
⑥ 재산이나 자녀나 그 밖의 관계있는 일에 착심을 두지 말 것이요. 
⑦ 과거나 현재나 원망스럽고 섭섭한 생각이 있으면 다 없앨 것이요. 
⑧ 자기의 과거에 대한 시비에 끌리지 말 것이요. 
⑨ 염불과 좌선, 기도, 경전(經典) 공부를 부지런히 할 것이요. 
⑩ 무시선 무처선 공부에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노인의 다섯 가지 좌절과 여섯 가지 즐거움.

서울대 규장각의 비수기인 책임연구원이 전해준 성호 이익 선생의

"노인의 다섯 가지 좌절''

​1. 낮에는 꾸벅 꾸벅 졸지만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2. 곡할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나며,

​3. 30년 전 일은 기억하면서 눈앞의 일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4.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는 없고 이빨 사이에 다 끼고,

​5. 흰 얼굴은 검어지는데 검은 머리는 희어지네.

‘노인 예찬’

노인(老人)은 인생노정(人生路程)에서 온갖 질곡(桎梏)의 세월을 겪어 온 터라, 아량과 관용이 심연(深淵)처럼 깊고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말을 가릴 줄 알고 하는 지혜로움도 있기 때문에,

여유로움과 느낌의 미학(美學)에서 나오는 삶(人生)의

철학(哲學)이보다 아름답기도 한 것이다.

당나라 이백(李白)은‘하늘과 땅은 만물이 깃드는 주막이요,

세월은 백대(百代)를 흘러가는 나그네’라고 하였고,

송나라 소동파 식(蘇東坡 軾)은‘사람 한평생이 마치 하늘을 날던

새가 눈벌판에 남기고 간 발자국과도 같다’고 하였는데,

이 말들은 우리‘사람이 사는 의미가 무엇일까?’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라 생각된다.

즉 사람이 이 세상의 주인도 아니고

또 사람은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저마다 주인이요 저마다 오래 살 궁리를 하고 있으나

그 무지몽매(無知蒙昧)함이 무엇에 비 할 수가 있겠는가 한다.

 

청년은 희망으로 살고, 노인은 추억으로 산다고 했다.

노년들도 한때는 역사(歷史)의 주인공이었고,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고 수고했고,

성취의 보람을 누렸던 세대들이다.

그러나 꽃은 피면 다시 져야 열매로 발전하듯이,

역사의 주인공 자리를 자식에게, 제자에게

그리고 후배에게 물려주고 떠나야 한다.

떠나야 할 때 집착하면 노욕이요 남루해진다.

침묵해야 할 때 말을 하면 초라하고 불쌍해진다.

노인의 발언은 눈으로만 해야 한다.

할 말이 많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을 때라도 절제하고 삼가라.

조언이나 상담을 요청할 때만 말을 거들고, 먼저 말하지 마라.

노인은 실전 용사가 아니라, 있는 그 자체 존재감으로만 있어야 한다.

그러니 오동나무는 천 년을 지나도 그 안에 아름다운 노래를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그런 대로 다산 정약용선생은 반대로 이런 것들이실은 좌절이 아니라 즐거움이라고 해학을 보였습니다.

​여섯 가지 즐거움

​1. 대머리가 되니 빗이 필요치 않고,

​2. 이가 없으니 치통이 사라지고,

​3. 눈이 어두우니 공부를 안 해 편안하고,

​4. 귀가 안 들려 세상 시비에서 멀어지며,

​5. 붓 가는대로 글을 쓰니 손 볼 필요가 없으며

6. 하수들과 바둑을 두니 여유가 있어 좋다.


한 여인이 집 밖으로 나왔는데 그녀의 정원 앞에 앉아 있는 3명의 노인을 보았습니다.

여인이 말했습니다. ​

"저희 집에 들어 오셔서 뭔가를 좀 드시겠어요?" ​

그런데 그 세 노인들은 "우리는 함께 집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왜죠?"

​"내 이름은 ‘재물’이고,  저 친구의 이름은 ‘성공’이고,  또 다른 친구의 이름은 ‘사랑’입니다.

집에 들어 가셔서 남편과 상의하세요.

우리 셋 중에 누가 당신의 집에 거하기를 원하는 지를...”

​부인은 집에 들어가 그들이 한 말을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그녀의 남편은 너무 좋아하며 말했습니다.

​"우리 ‘재물’을 초대합시다. 그를 안으로 들게 해 우리 집을 부로 가득 채웁시다.”

​부인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여보!  왜 ‘성공’을 초대하지 않으세요? ‘성공’을 초대합시다."

​“무슨 소리야, 일단 재물이 풍부해야 성공하니 ‘재물’을 초대해야지”

​“아니,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내 말대로 ‘성공’을 초대해요”

​조용했던 가정이 금방 싸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며느리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말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사랑’을 초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싸우지 않고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되잖아요."

​"그래요, 우리 며느리의 조언을 받아 들여 사랑을 우리의 손님으로 맞아들입시다.”

​부인이 밖으로 나가 세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어느 분이 ‘사랑’이세요? 저희 집으로 드시지요."

​‘사랑’이 일어나 집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두 사람도 일어나 그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서 부인이 ‘재물’과 ‘성공’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단지 ‘사랑’ 만을 초대했는데요. 두 분은 왜 따라 들어오시죠?"

​두 노인이 같이 대답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재물이나 성공을 초대했다면 우리 중 다른 두 사람은 밖에 그냥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은 ‘사랑’을 초대했고, ‘사랑’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우리 ‘재물’과 ‘성공’은 그 사랑을 따르지요. "

​사랑이 있는 곳에는 재물과 성공이 따르지만  사랑이 없는 재물과 성공은 늘 외롭고 슬플 것입니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바바라 부시 여사는대학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미국의 장래가 백악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장래는 백악관이 아니라 여러분의 가정에 달려 있습니다.”

​프랑스 속담에도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듯 가정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말입니다.

​“가정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공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시장경제가 살아나고 국가경제도 든든해집니다. ​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는 건강한 사고방식, 건전한 삶의 태도와 세계관을 가진 자녀를 양육해서 사회에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가정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오늘도 당신은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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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에 살면서 받을 수 있는 노인 복지 혜택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연방정부와 뉴욕 주 시정부는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인 노인들은 서투른 영어와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놓치는 혜택이 많습니다.
한인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각종 정부 혜택을 소개합니다. 

생계보조금(SSI, Supplemental Security Income)

연방사회보장국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소득 자산이 없거나 아주 적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장애인에게 매달 지급합니다.
자산 한도는 독신 2,000달러, 부부 3,000달러입니다.
여기에는 현금과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생명보험 장지 등이 포함됩니다.
소득에는 급여나 자영업 수입을 비롯해 사회보장연금 기타연금 근로자보상금 이자 배당금 로열티 상금 실업수당 선물 등이 해당됩니다. 월 지급 한도는 독신 733달러, 부부 1100달러입니다. 

노인 처방약 보험(EPIC)

EPIC은 메디케어 처방약 보험(파트 D) 수혜자 또는 가입 상태는 아니더라도 수혜 자격을 갖추고 있는 자, 그리고 메디케어 어드밴티지(파트 C) 가입자들 가운데 뉴욕주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처방약값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메디케이드 가입자도 상관없지만 전체 혜택을 받고 있지 않아야 합니다.
수혜 자격 기준은 연소득이 개인은 7만 5000달러, 부부는 10만 달러 이하입니다.

노인 메트로카드 반액 할인 프로그램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뉴욕 시 대중교통 요금을 절반으로 할인해주는 것입니다.
신청 시 필요한 것은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등 사진이 들어 있는 신분증 입니다.
한인들은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코로나경로회관 또는 플러싱 경로회관을 방문하면 MTA에서 이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반액 카드를 제작해 줍니다.
한 번 발급받은 반액 카드는 2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나중에 갱신도 가능합니다. 

노인 렌트 인상 면제 프로그램(SCRIE)

SCRIE는 부당한 렌트 인상으로부터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뉴욕 시는 이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타운에 따라 시행하는 곳도 있고 적용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롱아일랜드 나소카운티는 글렌코브와 노스헴스테드, 헴스테드 등 4개 타운이 시행하고 있고, 웨스트체스터카운티는 16개 타운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집주인이 렌트를 인상할 경우 해당 인상분만큼을 시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SCRIE는 현재 렌트 규제법이 적용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62세 이상 노인으로 연소득이 5만 달러 이하면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이때 렌트 지출이 연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뉴욕시 거주자는 재정국 웹사이트(www.nyc.gov/finance)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우편으로 보내거나 온라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KCS와 민권센터 등에서 SCRIE 신청을 돕고 있습니다.
민권센터 718-460-5600. 

액세스-어-라이드(Access-A-Ride)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노인과 장애인 등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교통수단으로 이용 자격을 갖출 경우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한 후 정해진 탑승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요금은 일반 대중교통 시설과 같은 2.75달러며 65세 이상 노인은 1.35달러입니다.
주 7일 24시간 운행되고 요청하면 한국어 통역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노인 주택 소유주 재산세 감면 프로그램(SCHE)

65세 이상 주택 및 콘도미니엄, 코압(co-op)아파트 소유주에게 재산세를 소득에 따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최대 1~3개의 주택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배우자 또는 형제 자매와 함께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소유주 중 한 명만 65세 이상이면 됩니다.
SCHE혜택을 받으려면 본인과 배우자의 연소득이 3만 7399달러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최소 12개월간 해당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신청자의 법적 거주지여야 합니다.
단 주거 목적으로만 사용했어야 합니다.
프로그램은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는데 소득이 2만 9000달러까지는 재산세의 50%, 2만 9001~2만 9999달러까지는 45%, 3만~3만1999달러까지는 35%, 3만 2000~2만 2899달러까지는 30%, 3만2900~3만3799달러까지는 25%, 3만3800~3만4699달러까지는 20%, 3만4700~3만5599달러까지는 15%, 3만5600~3만6499달러까지는 10%, 3만6500달러~3만7399달러까지는 5%의 재산세 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년 3월 15일까지 신청해야 하며, 회계연도 시작일인 같은 해 7월 1일부터 혜택이 주어집니다. 

푸드스탬프

푸드스탬프로 알려진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은 수퍼마켓 등 가맹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일정액의 쿠폰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소득과 자산 제한이 있지만 60세 노인과 장애인이 속한 가구의 경우 자산과 관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절약조회 및 패키징 프로그램(WRAP)

뉴욕 주 노인국 프로그램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저소득층 노인 가정에 단열재 제공, 문과 창문 교체, 난로 및 지붕 수리 등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뉴욕주난방비지원프로그램(HEAP) 수혜자로 60세 이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인아파트

노인아파트도 뉴욕시의 대표적인 노인 대상 혜택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인아파트 입주 자격은 62세 이상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을 포함해 뉴욕 시 5개 보로에서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수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노인아파트 현황부터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에게 부탁해 관련 정부기관의 웹사이트에서도 원하는 지역의 노인아파트 현황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뉴욕시를 벗어나면 노인아파트 구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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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인의 시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일은 무엇일까?

기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만 쉬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워질때 희망을 지니며,

공손히 마음 편히 내 십자가를 지자.

젊은이가 힘차게 하나님의 길을 가는 것을 보아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하여 일하기 보다

겸손되이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며

쇠약하여 이제 남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도

온유하고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는것.

늙음의 무거운 짐은 하나님의 선물

오랜 세월 때묻은 마음을 이로써 마지막으로 닦는다.

참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자기를 이승에 잡아두는 끈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이리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을 겸손되이 받아들이자.

하느님은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일을 남겨두신다.

그것은 기도이다.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합장만은 끝까지 할 수있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 위해

하느님이 은총을 베푸시도록 빌기 위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임종의 머리맡에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될것이다.

"오너라 나의 벗아, 나 너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 고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번역한 '독일의 어떤 노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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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칼 윌슨 베이커(번역 장영희)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수많은 멋진 것이 그러하듯이
  레이스와 상아(象牙)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건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어 있듯이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질 수는 없나요.
 
 
  Let Me Grow Lovely
  Karle Wilson Baker
 
  Let me grow lovely, growing old
  So many fine things do:
  Laces, and ivory, and gold,
  And silks need not be new;
  And there is healing in old trees,
  Old streets a glamour hold;
  Why may not I, as well as these,
  Grow lovely, growing old.

칼 윌슨 베이커는 1878년 11월 13일 미국 아칸소주(州) 리틀록(Little Rock)에서 태어났다. 시카고대학을 나와 모교인 리틀록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름다운 시를 썼다.
 
  고(故) 장영희 선생이 번역한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는 모든 노인의 바람을 담고 있다. 누구나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싶다. 젊은 시절 땀 흘려 일하고 노년에는 편안한 삶을 누리고 싶다. 생계를 위해,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일이 어느 정도 있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일’로 충분한 노동이었으면 좋겠다.

 
  봄기운 물씬한 정월 장날,
  어린 머윗잎보다 할아버지의 비단 한복
  더 여리고 고와 슬퍼지다
 
  등 위로 해거름 지고 귀가하는 노부부
  상상하다, 고와서 울다
 
  -최광임의 ‘고운 빛에 울다’ 전문
 
  화자(시인)는 시골 장터에 앉아 머위를 파는 어느 노인을 바라보고 있다. 머위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산자락이나 밭둑에서 주로 자란다. 봄에 입맛을 돋우는 채소다.
 
  머위 파는 노인이 울긋불긋한 색동 한복을 입고 있다. 몸은 늙었을망정 새 한복을 차려입고, 여리고 고운 머위를 파는 노인의 모습이 시인의 눈엔 슬픔으로 비쳤나 보다. 그 모습은 해거름 지고 귀가하는 노부부가 연상되어 ‘고와서 울다’라고 썼다. 노인과 노부부, 그리고 머위와 색동 한복을 대비하는 시선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김건일 시인의 ‘노인과 달빛’은 최근 펴낸 시집 《밭 만들기》(시문학 刊)에 수록되었다. 그는 1973년 《시문학》 11월호에 조병화, 이원섭 시인의 추천으로 시단에 입문했다. ‘노인과 달빛’ 역시 슬픔이 배어 있다. 몸은 농사에 지쳤으나 마을엔 일할 청년이 없다. 젊다는 사람이 쉰 나이다. 땅을 놀릴 수 없어 노인은 다시 쟁기를 든다. 힘에 부쳤으나 소를 앞세워 땅을 간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고삐를 놓을 수 없다. 뼈가 ‘뿌러지는’(‘부러지는’이 맞는 표현이지만 강조하기 위해 시인은 된소리로 표현했다) 한이 있더라도 땅을 간다.
 
김건일의 시집 《밭 만들기》.
  그 노인이 논을 갈고 있었다
  마을에는 젊은이라고는 없고
  젊다는 사람의 나이가
  쉰이 넘었다
 
  소는 쉴 틈 없이
  입에 거품을 뿜으며
  쟁기를 끌고
  노인은 힘에 부쳤으나
  소의 고삐를 놓을 수 없었다
 
  어찌 이 땅을 버리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이 땅을
  어찌 풀밭으로 만들랴
  뼈가 뿌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땅을 갈고
  이 땅에 씨를 뿌려야지
 
  노인은 달빛을 받고 있었다
  하이얀 달빛을
 
  -김건일의 ‘노인과 달빛’ 전문
 
  김건일의 같은 시집에 담긴 시 ‘인생이란 별것인가’는 죽음을 다루고 있다. 늙음은 필연적으로 가까운 가족의 죽음과 만나야 한다. 어느 날 시인은 형을 잃었다. 추운 날이면 그 형이 그립다. 어린 시절, 형은 부모님처럼 따뜻했다. 그러던 형이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부모님 같은 형의 몰락이 동생은 안타까웠다. 집도 없이 노숙하는 형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그런 형이 어느 날 말도 없이 죽었다. 시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말없이 떠나버리는 것//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라고 읊조린다.
 
  따뜻한 것이 그립다
  형이 그립다
  살아계셨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추운 날은
  따뜻한 형이 그립다
 
  부모님 같은 형
  형이 망하여 노숙할 때
  왜 형이 노숙하느냐고
  노숙하는 형이 미워 미워
  형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왜 노숙을 해 노숙을 해
  형이 원망스럽고
  밉고 불쾌하고
  보기가 싫어서 형을 외면했다
  보기가 싫어서 말도 안 했다
  아아 형이 그런 형이
  말도 없이 돌아가시자
  무엇인가 강하게 때렸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너도 더 그럴 수 있다
 
  힘이 없으면 생각도 없고
  힘이 없으면 부끄러움도 없고
  힘이 없으면 죽는 줄도 모르고
  모든 것을 버리고
  말없이 떠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김건일의 ‘인생이란 별것인가’ 전문

어찌 늙어보지 않고 삶을 논하는가
 
두 노인. 시인 이채는 ‘어찌 늙어보지 않고 늙음을 말하는가’라고 말한다.
  시인 이채의 시 ‘인생 칠십이면’은 나이 일흔에 겪게 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시인은 ‘인생 칠십이면 가히 천심’이라 노래한다. 욕망의 덧없음을, 삶과 죽음을 뛰어넘은 듯하다. ‘흐르는 물’이 내 세월 같고 ‘부는 바람’이 내 마음 같다, 세상사 모질고 거칠어도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탐하겠느냐고 토로한다. 죽음이 먼 듯 느껴지지만 ‘영혼의 날개’를 달면 단숨에 닿을 수 있다.
 
  인생 칠십이면 가히 무심이로다
  흐르는 물은 내 세월 같고
  부는 바람은 내 마음 같고
  저무는 해는 내 모습 같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늙음을 말하는가
 
  육신이 칠십이면 무엇인들 성하리오
  둥근 돌이 우연일 리 없고
  오랜 나무가 공연할 리 없고
  지는 낙엽이 온전할 리 없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삶을 논하는가
 
  인생 칠십이면 가히 천심이로다
  세상사 모질고
  인생사 거칠어도
  내 품 안에 떠가는 구름들아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탐하리오
 
  그곳이 먼 듯하여도
  천리만리 먼 듯하여도
  마지막 눈감으면
  영혼의 날개 달고 단숨에 닿는 그곳
  누가 하늘을 멀다고 하는가
 
  -이채의 ‘인생 칠십이면’ 전문
 
 
  늙어서도 열매 맺으며 수액이 많고 싱싱하리니
 
어느 유럽 수도원의 늙은 수사들. 그들은 노년의 성장을 위해 〈시편〉 92장 13~15절을 외운다고 한다.
  강성백의 시 ‘늙음의 높이’는 ‘늙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시다. 한때 소년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몰래 아버지 신발을 신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일하며 아버지(가장)의 시간을 살았다. ‘늙은 내’가 마당을 쓸다가 문득 논을 갈고 있는 젊은 아버지가 떠오른다.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하나로 이어짐을 느낀다. 소년과 젊은 아버지, 노인의 시간이 서로 중첩되고 엇갈린다. 마지막 행은 마치 선시(禪詩) 같다. ‘백년 후에도/오늘처럼 바람이 불어오리라’.
 
  한때 나는 소년이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몰래 아버지 신발을 신고
  아득한 시간 밖을 서성이다 오곤 했다
  나이 들어
  아버지의 세월을 내가 가고…
  중력을 벗어난 시간 속에서는
  젊은 아버지가 논을 갈고
  늙은 내가 마당을 쓸고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다를 바 없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백년 후에도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오리라
 
  -강성백의 ‘늙음의 높이’ 전문
 
  《구약(舊約)성경》의 〈시편〉 92장 13~15절 말씀은, 노년의 성장함을 상징하는 구절이다.
육체적 강함이 아니라 정신적 삶의 수액을 내면에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톨릭 수도원의 늙은 수도자들은 이 구절을 외우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의인은 야자나무처럼 돋아나고 레바논의 향백나무처럼 자라리라.
  주님의 집에 심겨 우리 하느님의 앞뜰에서 돋아나리라.
  늙어서도 열매 맺으며 수액이 많고 싱싱하리니.
 

석불(石佛) / 장석주

죽산 가는 길목,

머리 없는 석불

둘이 서서 비에 젖는다.

사그막골 두 노인네

점심 끼니로 찐 감자 두어 개

천일염에 찍어 먹고

종일 오시는 비나

내다본다.

- 장석주, 『몽해항로』(민음사, 2010)

노인 / 박철

송곳 박을 땅조차 없어도

낫질 하나는 이력이 난 사람이었다

한번 허리를 굽히면

들깻잎이 한풀 꺾이도록

일어설 줄 모르는 인물이었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눈물 찔끔이며 돼지 쓸개를 쑤셔넣던

세상 사랑하던 위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참빗질하듯 낫질을 하고

허리 펴지 않고 눈물을 감춰도

끝내 송곳 박을 땅조차

남기지 못하고 간 서출이었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

그 씨알머리 아직 마음 잡지 못하고

샛강에 나가 낮술을 지우다보면

세상 이 풍진 수풀을 향해

낫 들고 달겨드는

산발한 노인이 있다

- 박철,『새의 全部』(도서출판 문학동네, 1995)

꼭지 /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여생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 떨어져나가듯 저, 어느 한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 문인수,『배꼽』(창비, 2008)

베드타운 / 하종오

- 상노인

자투리땅에 고추모종을 내는 상노인

한 주를 심을 때마다 가을까지

태양초 세 근씩 거둬 자식에게 줄 계산했다

도시개발구역으로 수용된 야산에 세워진

아파트의 그늘이 옮겨가기 전에 일 마친 상노인

삽과 호미를 검정비닐로 싸서 고랑에 숨겨두고

아파트 15층 집으로 올라가 베란다에 나앉았다

네거리는 상추밭이 있던 곳

모텔은 아욱밭이 있던 곳

오피스텔은 파밭이 있던 곳

눈으로 한 자리 한 자리 짚어보는 상노인

왜 신시가지가 들어서서 부자 되게 해주었는지

가리사니가 서진 않아도

대학공부 제대로 시킨 자식에게

논밭뙤기로 물려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고개 끄덕였다

높은 데서 살면서 땅을 내려다보게 될 거라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상노인

고추농사를 소일거리로 지을 수 있는 자투리땅이

저어기 아래에 남아 있으니, 말년이다, 싶었다

- 하종오,『베드타운』(창비, 2008)

빈 의자 / 나희덕

나는 침묵의 곁을 지나곤 했다

노인은 늘 길가 낡은 의자에 앉아

안경 너머로 무언가 응시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론 아무것도 보고있지 않은 듯 했다

이따금 새들이 내려와

침묵의 모서리를 쪼다가 날아갈 뿐이었다

움직이는 걸 한번도 볼 수 없지만

그의 몸 절반에는 아직 피가 돌고 있을 것이다

축 늘어뜨린 왼손보다

무릎을 짚고 있는 오른손이 그걸 말해준다

손 위에 번져가는 검버섯을 지켜 보듯이

그대로 검버섯으로 세상 구석에 피어난 듯이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다는 일만이

그가 살아있다는 필사적인 증거였다

어느날 그 침묵이 텅 비워진 자리

세월이 그의 몸을 빠져나간 후

웅덩이처럼 고여 있는 빈 의자에는

작은 새들조차 날아오지 않았다

-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비평사, 1994)

개밥바라기 / 박형준

노인은 먹은 것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다

고개만 돌린 채 창문을 바라본다.

개밥바라기, 오래전에 빠져버린 어금니처럼 반짝인다.

노인은 시골집에 혼자 버려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툇마루 밑의 흙을 파내다

베고픔 뉘일 구덩이에 몸을 웅크린 채

앞다리를 모으고 있을 개, 저녁밥 때가 되어도 집은 조용하다

매일 누워 운신을 못하는 노인의 침대는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초저녁 창문에 먼 데 낑낑대는 소리,

노인은 툇마루 속 구덩이에서 귀를 쫑긋대며

자신의 발소리를 기다리는

배고픈 개의 밥바라기 별을 올려다본다.

까실한 개의 혓바닥이 금이 간 허리에 느껴진다.

깨진 토기 같은 피부

초저녁 맑은 허기가 핥고 지나간다.

- 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지성사, 2011)

안개 노인 / 문정희

안개 벗어나니 또 안개

이윽고 아름다움도 위험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영원한 잠이 바짝 쫓는 것 말고는 급할 것이 없다

걸어온 길에 대해 할 말은 좀 있지만

노동력 없는 무산자 계급으로 그만 입 다물기로 했다

무릎과 치아의 통증에다

핏빛 네온 휘황한 자본주의를 칙칙하게 만든 죄로

그늘에서 어슬렁거린다

그래도 정체불명의 이름 어르신이라 어르며

지하철과 고궁이 두루 공짜 아닌가

장수 시대 알토란 같은 의료보험을 잘라먹는다고

한쪽에선 폐기물 보듯 하지만

파고다공원을 차지한 이도 있다 한다

까짓것! 오늘 점심에는 식판을 들고 굽은 어깨로

절이나 교회의 무료 급식대 앞에 줄이나 서 볼까

공동묘지 비슷한 색깔의 검버섯 핀 얼굴로

얻어먹는 한 끼의 선심은 얼마나 새로운 맛일까

언제부터 나이가 곧 늙음이 되고

늙음은 곧 나쁜 것이 되었을까

갈수록 배울 것 많고 난생처음 아닌 곳도 없다

- 문정희,​『응』(민음사, 2014)

돌돌 / 최영철

순한 것들 돌돌 말려 죽어간다

죽을 때가 가까우면 순하게 돌돌 말린다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 꿇는 것

엊그제 떨어진 잎이 돌돌 말렸다

저 건너 건너 밭고랑

호미를 놓친 노인 돌돌 말렸다

오래전부터 돌돌 말려가고 있었다

돌돌 말린 등으로

수레가 구르듯 세 고랑을 맸다

날 때부터 구부러져 있었던 호미를 들고

호미처럼 구부러지며

고랑 끝까지 왔다

고랑에 돌돌 말려

고랑 끝에 다다른 노인 곁에

몸을 둥글게 만 잎들이 모여들었다

돌돌 저 먼데서부터 몸을 말며

여기까지 왔다

- 최영철,『돌돌』(실천문학사, 2017)

구름의 종점 / 고영

장기판을 기웃거리던 노인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 못 다한 훈수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담배를 태우다 말고

하릴없이 공중을 올려다보고 있다.

담배연기에 밀려 조금씩 멀어지는 뭉게구름을

돋보기안경이 다시 빨아들인다.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구름과 함께 흘러가는 머언 기억들……

갈수록 흐릿해지는 저 구름이 종점에 다다르기 전

노인의 입에서 놀던 온갖 훈수들도

제 갈 길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리곤 아무도 말을 걸지도,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구부러진 담뱃재가 고꾸라질 듯 위태롭다.

노인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다 맵다.

담배를 태우던 것도 잊고

노인은 서서히 졸음에 꺾이고 있다.

​- 고영,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문학세계사, 2009)

호루라기 / 최영철

아이들 뜀박질이 앞장서고 우렁찬 구령이 뒤따르고

호룩호룩 추임새에 펑펑 터지던 환호성들

호루라기 이제 싱그러운 가슴팍이 아니라

늙고 병든 저 할머니 머리맡에 걸려 있네

좋은 시절 다 보낸 빈털터리

할아버지 발치에 놓여 있네

호루라기 소리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때 있었지

얼굴 닦는둥 마는둥 밥숟갈 어서 놓고

이빨 닦는둥 마는둥 한달음에 달려 나간 때 있었지

시퍼런 청춘을 목에 걸고 힘차게 불어제끼면

먼 산이 일렬횡대로 뛰어오고

졸고 있던 새들이 푸드득 날아올랐지

이제 호루라기 달려나가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느릿느릿 해 기우는 저녁으로 가기 위해 있네

가장 첫 자리 새벽녘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로 오는 게 아니라

엉금엉금 기어가는 해소천식으로 일어나기 위해 있네

게으름 피고 늘어졌던 것들

일제히 불러일으키며 오는 게 아니라

뒷전으로 아래로 슬슬 몸을 빼기 위해 있네

호루라기 이제 설레는 아이들의 가슴에 있지 않고

무허가 냉방 빗물 떨어지는 비닐 하꼬방에 있네

자식 가고 영감 할멈 먼저 가고 덩그러니 남은

한많은 세월의 대못 자리 위

사지를 늘어뜨리고 있네

- 최영철,『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 2006)

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 공광규

시골 재당숙이 혼자 살다 돌아가셨다

집안 역사교과서 한 권이

동네 이야기책과 지적도 한 책이

신명꾼 하나가 사라졌다

혈관부에 피가 돌던 굽은 나무 한 그루가

평생 동네를 떠나본 적 없는 말뚝 하나가 뽑혔다

매일 아침 열리던 대문이 며칠째 닫혀 있자

독거노인 둘이 방문을 열었다고 한다

산비탈에 황토 구덩이를 파놓고

대전으로 부검 받으러 떠난 시체를 기다리는 노인들

혼자 살다 죽으면

칼로 배가 갈려 한 번 더 죽어야 한다며

노을이 번질 때까지 투정하는 인부들

땅을 향해 몸이 자꾸 꼬부라지는 노인들이

겨우겨우 무덤 가까이에 친 천막에 올라와

고인이 나이롱 뽕을 좋아하고

'갈대의 순정'이 십팔번이었다고 회고했다

동네에 들어와 사는 타지 출신 중늙은이 몇과

시골노인들이 보는 앞에서 관을 들고

비탈에 올라 청태산 낙타봉을 좌향 삼아 심었다

동네회관에 내려와 저녁 먹고 술을 나누는데

재당숙이 보이지 않던 며칠간

자식들 대신 까마귀가 집 주위를 돌며

맑게 울다 떠났다고 했다

- 공광규,『파주에게』(실천문학, 2017)

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문인수,『쉬!』(문학동네, 2006)


노인과 땡감
  
최일화


백발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절룩절룩 가고
나는 저만치 떨어져 터덜터덜
노인의 뒤를 걷고 있다
갑자기 노인이
반듯하게 몸을 세우더니
지팡이를 높이 들어 힘껏 내리친다
무엇인가 박살이 나면서 날아간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땡감
나도 왕년에 골프깨나 쳤다고
마음은 지금도 청춘이라고

노인은 다시 
절룩절룩 앞서서 가고
나는 터덜터덜 노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초가을 바람이
나를 앞지르고 노인을 앞질러
저만치 내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리허설』(시인동네,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3) / 백발노인의 힘 - 최일화의 ‘노인과 땡감’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아마도 시인은 산책길에서 이 백발노인의 돌출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리라. 지팡이를 짚고 다리까지 절며 가던 백발노인이 무언가를 보았다. 갑자기 반듯하게 몸을 세우더니 지팡이를 높이 들어 힘껏 내리쳤다. 박살이 나면서 날아간 것은 땡감이었다. 이 대목이 재미있다. “나도 왕년에 골프깨나 쳤다고/ 마음은 지금도 청춘이라고”

특별한 상상력이나 낯선 시적 표현을 동원하지 않은, 지극히 평이한 시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 내 영혼을 울린 것은 “초가을 바람”의 의미를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추풍낙엽, 즉 때가 지면 떨어지는 것이 잎사귀의 운명이듯이 우리 인간도 생로병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다 때가 되면 멈춘다. 하지만 문득, 무엇을 보면 필드에서 공을 하늘 높이 쳐 올리던 시절이 생각나지 않겠는가. 어느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지팡이를 휘두른 백발노인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한번 멋지게 포즈를 잡아보고는 다시 지팡이를 짚고 절룩절룩 걸어가는 백발노인의 뒷모습이 ‘귀엽다’고 한다면 실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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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예찬(老人禮讚)


德泉  황용운 (시인, 수필가)

 
여보게!
저녁놀 붉게 스러지는데
늙은 몸에 무슨 짐을 그리도
무겁게 지고 가는가
인생길은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일방 통행로
 
가다가 컬컬하면 허름한 주막에 들러
막걸리로 목도 축이고 얼큰해 지면
주모와 한바탕 농도 걸어보고...

까짓 것
그럴싸한 존재의 이유도 없이
이 풍진 세상에 태어난 것을
요만큼 살다가 가는 것도
다행 아닌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따져보면 그리 밑질 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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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vs. 알츠하이머 vs. 파킨슨병 무엇이 다를까?

나이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 중에서 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퇴행성 뇌질환이라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신경세포가 죽거나 뇌신경세포와 뇌신경세포 사이의 정보를 전달하는 시냅스의 형성이나 기능상의 문제 등이 동반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경세포들은 그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기느냐에 따라 퇴행성 뇌질환은 다양한 임상 양상과 기능 장애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뇌손상에 의한 여러 장애를 포괄하는 의미로 치매라 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치매의 종류
- 알츠하이머병 (노망)
- 혈관성 치매 (중풍)
- 파킨슨병
- 노화에 의한 치매
- 음주와 흡연에 의한 치매
- 유전성 치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0~80%의 원인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대뇌 피질세포의 점진적인 퇴행성 변화로 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신경세포수가 현저히 감소하며,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해 기능장애는 물론 기억력과 정서면에서 심각한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노망(老妄)이라 불리기도 한다.

   벤치에 앉아 있는 노부부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며, 최근 일이나 사람의 이름,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는 기억장애, 길을 잃거나 복잡한 그림을 따라 그리지 못하는 공간지각장애, 판단력 저하 등이 동반되며, 간단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일반적인 건망증과 치매 증상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알츠하이머병 vs.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이 주 증상으로 인지기능장애를 보이다가 병변이 뇌 표면에서 뇌의 깊숙한 곳으로 퍼지면서 운동장애가 동반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뇌의 깊숙한 곳에서 병변이 주로 시작되는 파킨슨병은 운동장애 증상을 먼저 보이다가 병변이 뇌의 표면 쪽으로 퍼지면서 인지기능장애 등 흔히 표현되는 치매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30%에서 치매가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손톱 정도의 크기로 뇌세포가 밀집되어 있음)에서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세포가 퇴화하여 동작이 느려지고, 손발이 떨리고 뻣뻣해지는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중풍 즉 혈관성 치매 환자는 CT나 MRI 검사상 뇌 손상 부위가 확인되지만, 파킨슨병 환자의 뇌 사진은 정상이다. 즉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는 없으며, 전문의의 진찰소견이 가장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주 증상
- 집중력 저하, 시공간 판단력 저하, 실행장애, 기억력 장애(힌트를 주변 기억을 되살림), 환시(헛것이 보임), 아침에는 괜찮았다가 밤에는 증상이 나타나는 등 증상의 기복이 심함, 치매 동반시 자주 넘어져(보행장애) 골절, 뇌출혈 등의 위험이 높아짐, 근육 경직(관절이 뻣뻣해지고 운동성 떨어지고 행동이 느려짐, 떨림 증상(팔다리부터 떨림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해질수록 머리, 혀, 턱 등 전체적으로 떨림이 나타나고, 흥분했을 때 떨림 증상이 더 심해짐
- 기타 증상: 피부 끈적임(위생상태 불량, 얼굴 움직임 감소 등으로 얼굴이나 두피에 지루성 피부염이 잘 생김), 연하곤란/사래들림(근육조절 저하로 식사할 때나 물을 마실 때 사래가 들려 자주 기침하게 되고, 음식을 삼키기 어려움), 배변근육 운동기능 저하로 인한 변비, 침을 삼키는 운동기능 저하로 인한 침흘림, 자율신경계 이상에 의한 땀흘림/성기능 장애, 요도괄약근 운동기능저하로 인한 배뇨장애

파킨슨병 증상의 5단계

 파킨슨병의 주요증상

· 1단계 : 떨림이나 강직이 한쪽 팔이나 다리에만 있음.
· 2단계 : 떨림이나 강직이 양쪽 팔다리에도 나타남.
· 3단계 : 넘어질 듯이 비틀거림.
· 4단계 : 혼자 잘 일어나지 못하고 보조기구가 필요함.
· 5단계 : 누워서만 지내게 됨.

치매, 즉 퇴행성 뇌질환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의학발전으로 인해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으므로, 치마검진 등을 잘 받고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의 악화를 막고 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126384 |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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